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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천왕봉

2020. 08. 15.


코로나가 장기화 되면서 정신도 오락가락한다. 식단 관리하고 몸짱이 되고 싶다가도 다 포기하고 돼지가 되도 상관없을 것 같기도 하다. 등산도 마찬가지로 당장 접으려 했다가도 화창한 어느 날은 등산 안간걸 후회하기도 하고. 그렇게 벼르고 있었는데 광복절 덕분에 더 여유있는 연휴를 보낼 수 있게 됐다.


최근에 도봉산을 계획했다가 두번이나 늦잠 자는 바람에 포기했었는데 이번에는 날씨 때문에.ㅜ 수도권, 충청도, 강원도 비. 전라도 경상도 약간 흐림. 덕유산 부터 아래로 비가 안왔는데 덕유산에서 지리산은 1시간 차이. 그 정도라면 지리산을 한번 가보는 것이... 아직 무릎 테스트도 안했는데 과연 지리산이 옳은 것인가. 지리산까지 주유비 5만원, 톨비 3만원, 교통비 아까워서 이튿날에 속리산을 계획했지만 무릎팍 때문에 포기.ㅋㅋ


이래저래 갑자기 계획세우다 보니 잘 시간이 없네.ㅎㅎ 3시간 자고 출발해야 하는데 3시간만 잘 수 있깐? 매번 설레여서 잠못자고 늦잠자고... 그렇다면 또 가서 자는것이... 저녁 8시 반에 출발했다. 띠띠빵빵~ 새벽 1시에 지리산 중산리 주차장에 도착해서 한잠 때렸다.


중산리탐방안내소 - 5.4km(3시간30분) - (로타리대피소/법계사) - 천왕봉 - 1.7km(1시간30분) - 장터목대피소 -5.3km(4시간) - 중산리탐방안내소


역시나 푹 자지는 못하고 4시쯤부터 일어나 준비를 시작했다. 특히 이번엔 무릎밴드와 스틱의 효과로 무사히 등산을 마치는 것이 목표! 4시경부터 입산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고 4시 반쯤 적당히 끌리는 한 그룹 뒤에 졸졸~ 따라 입산했다. 하지만 얼마가지 않아 길을 비켜주는 과도한 매너. 으... 또 나 홀로 새벽 산행... 한발한발 천천히 오르기 시작했다. 발바닥 전체를 지면에 딛고, 무릎을 외회전 시켜 스쿼트에서 일어나듯 돌계단을 밟아 올랐다. 무릎밴드의 효과가 좋은듯 했다. 거의 통증은 없었고 천천히 오르니 숨도 가쁘지 않았다. 그냥 세월아 네월아 뚜벅뚜벅 걸었다. 




6시반에(2시간) 로타리대피소에 도착했고 바로 그 옆에 법계사를 한바퀴 돌며 숨을 골랐다. 법계사삼층석탑 인증하고 다시ㄱㄱ~ 





8시에(3시간반) 천왕봉에 올랐고 안개님 덕분에 뷰는 없었다. 찬바람에 땀을 다 식히고 마지막 미션, '하산'을 시작했다. 장터목대피소에 9시반(1시간20분) 도착. 그대로 중산리탐방안내소까지 어기적어기적... 





총 소요시간은 대~충 8시간. 휴식은 거의 안했는데 어플을 늦게 껐음.ㅋ 사이트에 안내된 시간처럼 거의 다 걸리긴 처음이다. 보통 1/3 정도는 단축됐었는데... 살살 걷는게 목표긴 했지만 역시나 내리막에서의 내 무릎은 정상이 아니었다. 무릎밴드와 스틱이 약 5%? 정도의 충격은 흡수했다. 그 정도로 내리막에서의 효과는 별로 없었다. 오늘도 꽤나 절망적이었다. 아줌스들이 오늘도 내리막에서 나를 제꼈고 게다가 오늘은 무슨 마라톤을 한다고 지리산을 막 뛰댕기는 기인들이 많았다. 어이가 없다. 나는 옆에서 절뚝거리고 있는데 누구는 뛰댕기고... 설악산 때 보다는 거리가 짧아서 그런지 무릎이 덜 아프긴 했지만, 천천히 걷기도 했고... 딱 예상한 만큼 아팠지... 


요즘 등산에 있어서 몇가지 포기한 것이 있다. 등산객과 마주치지 않기. 트롯 겁나 크게 틀고 산행하는 노인들,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메아리칠 듯이 수다 떠는 아줌스들과 잠시라도 동행하고 싶지 않지만, 아무리 일찍 출발해도 무릎 이상으로 자꾸만 마주하게 되니... 참고 귀막고 가야 한다. 또 하나. 맑은 날씨에만 등산을 고집해 왔는데 이제는 아니다. 비만 오지 않는다면, 미세먼지만 심하지 않다면 먹구름이 껴도 이제 상관없다. 그저 산이 보여주는 대로 보는 것이 을의 숙명.


어쩌다가 비 안오는 산을 고르다 보니 지리산까지 오게 되었다. 어려운 코스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지리산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몇가지 특징들을 조금 적어보자면 다른 산들에 비해 오르막 구간이 꽤 길다는 점? 그냥 오르막 밖에 기억이 안나는... 내려올 때는 내리막 밖에 기억이 안나고...ㅋ 다른 코스는 모르겠지만 중산리 코스는 그냥 좀 썰렁하다고 해야 되나. 설악산을 다녀온 직후라 그런가. 설악산은 화려하고 수려하고... 지리산은 죄송하지만 좀 지루함...? 아직은 산을 즐길줄 모르는 어른아이. ㅡㅡv


어쨌든 이제 무릎은 어느 정도 파악이 끝났다. 


  • 웨이트로 단련된 하체 운동은 오르막에서만 통한다. 
  • 평지나 오르막에서는 괜찮은데 내리막에서만 무릎이 말도 안되게 아프다. 
  • 평소 짧은 계단을 내려갈 때는 별 이상이 없다. 


저러한 증상으로 봤을 때 무릎에 특별히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닌거 같다. 단지 오래 걸은 후 내리막에 쓰이는 무릎 주변에 어딘가의 근육이 부족해서 발생된 통증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내가 평소 하루에 걷는 거리는 약 2km 내외다. (회사나 헬스장 가는거리ㅋ) 도통 안걷다가 등산을 하려하니 무릎에 이상이 생긴 것이 아닐까 하는 마지막 의심을 해본다. 이제 해볼 수 있는건 하나. 하루 40분 파워워킹으로 걷는 근육 만들기. 웨이트 할 시간도 없는데, 진짜 가혹하다. 만약 이래도 아프면 등산 진~짜 진~짜 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