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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번째 라이딩 (남산)

2019. 10. 5


미세먼지 없고 이 선선한 가을에 등산을 하느냐 자전거를 타느냐를 결정하는 것은 매번 괴롭다. 얼마전 운악산 일출을 본 뒤로는 등산에 꽂혀서 자전거는 생각도 안나는데 이날은 하늘이 심상치 않았다. 하루종일 구름에 산발적으로 비도 예상되어 있었기에 등산보다는 자전거가 더 안전할 것 같았다. 요즘 자전거 타고 딱히 가고 싶은 데도 없어서 갑자기 어딜 가야할지도 막막했다. 오후에 남양주에 약속도 있고 해서 이 근처에 마땅한 곳을 찾다가 남산이라는 산뜻한 오르막 코스를 발견했다. 마약처럼 중독되서 60번 넘게 다니며 시간을 단축한다는 사람도 있었고 오르막의 고생뒤에 맛보는 내리막이 너무 상쾌하다고도 하여 가을 첫번째 라이딩은 남산으로 결정했다. 


약 4개월 만에 자전거를 점검해 보니 타이어에 바람이 다 빠졌다. 얼마전 이사하면서 이미 보았던 문제라 크게 놀라진 않았고 차분하게 바람을 넣기 시작했다. 근데 얼마나 넣어야 하지; 지난번 인천 아라뱃섬을 다녀올때 한강 자전거 샵에서 타이어 바람을 새로 넣었었는데 사장님 왈, 여름에는 타이어 바람 꽉 채워 다니다가는 팽창되서 펑크나기 십상이라고 했었다. 그 날 그러한 케이스를 이미 둘이나 보았다고 했었다. 그래서 감으로 적당히 넣고 돌아오는 길에 뒷바퀴가 계속해서 꿀렁꿀렁하여 다시 그 샵을 찾아가 증상을 얘기하니 튜브가 제대로 펴지지 않은 것 같다며 바람을 다 빼고 세게 다시 넣으라고 했다. 사장님 말씀대로 하고 집에 돌아오는데 또 꿀렁꿀렁; 일단 바람이 계속해서 빠지거나 하지는 않아서 그 상태로 돌아왔었는데 4개월이 지난 지금 새로운 기분으로 새 바람을 넣어주면 어떻게 될까. 꿀렁꿀렁~ 그대로였다.ㅜ 어디 부딪힌게 아니니 프레임이나 어디가 휘거나 해서 그런건 아닐테고, 바퀴속 문제 같기는 한데... 쩝... 일단 운행엔 지장이 없으니 그 상태로 출발했다.


출발한지 5분쯤 되었을까. 한강에 다다르자마자 비가 오기 시작했다. 이런 줴길; 천막 밑에서 빗줄기가 약해지길 기다리며 잠시 쉬다가 다시 출발하려는데 어떤 나이 지긋해 보이시는 할아버지가 세우시며 내 타이어에 펑크난 것 같다고 했다. 펑크난거 아니라며 가려는데 펑크난거 같다며 직접 봐주겠다며 결국 날 세웠다. 그 간의 상태를 얘기해주니 타이어에 바람을 넣어주시기 시작했다. 타이어를 옆에서 눌렀을때 약간 말랑말랑 했었는데 아주 세게 눌러도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계속해서 넣으셨다. 내가 타이어 터지겠다고 그만하시라고~ 그만하시라고~ 그랬는데 괜찮다고~ 괜찮다고~ 그러시며 엄청나게 넣으셨다. 자신이 자전거 장인이며 여지껏 자전거 탄 거리로 따지면 지구를 몇바퀴 돌으셨다며 믿으라고 했다. 자전거 샵 사장님을 믿어야 할지 이 고수 냄시를 풍기는 할아버지를 믿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내 고집대로 나중에 바람을 좀 빼면 그만이니 어쨌든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다시 운행을 시작했는데 꿀렁꿀렁 거리나 싶더니 곧 예전처럼 말짱하게 잘 굴러갔다. 대박... 북서쪽에서 귀인을 만나다니.ㅋㅋ


그 할아버지 덕분에 꽤나 오랫동안 걱정하던 것이 싹 사라졌고 비도 거의 그쳐갔다. 하지만 남산에 우뚝 솟은 타워는 안개 때문에 보이지 않았다. 저 녀석 보러 가는건데... 일단 가즈아~ 한남대교를 건너고 한남대로에서 장충단로로 올라타니 오르막이 시작되었고 이내 국립극장과 매표소가 나타났다. 이제부터 시작이군. 인터넷에서는 남산 업힐은 체력 안배가 중요하다고 했다. 기어를 제일 저단에 놓고 좌측에 붙어 숙련자들과 버스를 먼저 보내며 천천히 올라갔다. 비가 오고난 뒤라 공기는 너무 상쾌했는데 안개 때문에 눈에 뵈는게 없었다. 서울을 내려다 보고 싶었는데 아쉽~ 한 10분 오르다가 남산 포토 아일랜드에서 사진 좀 찍고 조금 더 올라가니 '한양도성' 성벽이 보였다. 한양도성 성벽은 흥인지문에서 숭례문까지 이어져 있으며 '서울성곽' 이라고도 한다. 남산을 매번 케이블카만 타고 와서 긍가 성벽은 처음 봤다. 곧 버스정류장이 보이고 자전거로는 더 오를 수 없게 오르막 길은 차단된다. 왼쪽 내리막길로 살짝만 내려오면 짜잔~ 서울타워를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자전거길. 하지만 안개 때문에 보이지 않는다.ㅋㅋ;


그나저나 이게 끝인가. 인터넷에서 남산 업힐 유의사항만 봤지 이렇게 짧을 줄은; 저단으로 슬슬 20분이면 끝이니 이런줄도 모르고... 자전거를 세워놓고 잠시 쉬며 살펴보니 잘타는 사람들은 5분컷을 한단다. 업힐 기록 세우러 오는 곳이지 나같이 경치 감상하러 자전거 타고 오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 ㅋㅋ; 어쨌든 이대로 가기는 너무도 아쉬워서 근처에 경리단길, 용산전쟁기념관, 국립중앙박물관 등을 더 돌기 위해 시원하게 내리막 타고 내려갔다. 아침 9시도 안된 시간이라 경리단길은 볼 것도 별로 없었고 녹사평역 앞에서 처음본 뜻밖의 소녀상은 의외. 이런 길 한복판에 있는 줄 몰랐는데... 바로 옆 관광경찰대 분들이 잘 지켜주실 듯! 슬슬 용산전쟁기념관도 훓고 국립중앙박물관은 자전거 진입금지;ㅜ 그리하여 이대로 여섯번째 라이딩을 마쳤다. 아침 7시에 나와서 5시간 동안 72km 탔다. 뭐 한것도 없는거 같은데 72km 나 탔네. 엉덩이가 슬슬 아파오려는 걸 보니 70~80km 만 달리는게 딱인듯?ㅋ 그러나 왕복 70~80km 가지고는 어디 가볼데도 없음. 히융~